어렸을 때부터 참 이상하게도 잠자기 전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너무 철학적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고 죽는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죽은 뒤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경험해 보지 못해서 막연히 무섭고 두려웠다.
어렸을 때는 그저 죽음을 아픔/무서움/두려움/고통이라고만 생각했다.
학창시절을 지나며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때 죽음에 대해 또 생각해보게 됐다.
사후세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여주인공(섭소천)과 남주인공(영채신) 마지막 하룻밤..
이 장면을 보며 두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슬퍼하면서도...
이들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 사는 동안의 기억은 죽음 뒤에도 남아 있을지...
사후 세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막연한 죽음에 대한 육체적인 고통과 두려움보다는
이젠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진다는 그런 정서적, 정신적 고통이 더 크게 다가왔다.
더 큰 뒤에 우연히 집사부일체 최민수 편을 보았다.
나도 한창이나 무섭게 생각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양세형의 '죽음이 두렵다'는 고민에 최민수는 답변을 했다.
그 때 최민수의 답은 나를 죽음에 대해 또 다르게 생각하게 했다.
그냥 죽음 또한 삶의 과정일 뿐이라고.. 삶의 종착지는 죽음이고
그냥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간단히 말해서 흔한 일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죽음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지는 거 같았다.
이젠 그저 죽음까지의 나의 인생 여정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따뜻하게, 후회하지 않게 보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또 한번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좋아하는 배우(=임심여)가 나오는 최근에도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화등초상을 보고나서였다.
잠시 줄거리를 대충 얘기하자면, 쑤칭(양진화)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고
오랜 지기인 뤄위눙(임심여)은 과거의 쑤칭이가 원했던 스타일로 장례식을 치뤄준다.
아래는 과거의 둘의 대화
쑤칭 : 다른 사람이 장례를 챙겨주는 거야. 난 하얀 장미로 꾸미고 싶어, 엄청 아름다운 정원에서 하는거야.
전통적인 장례식은 없어. 정말 별로야.
뤄워눙 : 나를 힘들게 하려고....
쑤칭 : 힘들고 바빠야 슬퍼할 시간이 없어.
뤄워눙 : 싫어, 너가 죽으면 난 죽을만큼 울거야.
쑤칭 : 절대 울지마
루워눙 : 왜?
쑤칭 : 사는 게 지옥이니까, 이제 여기서 벗어나잖아. 그러니까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이를 위해 기뻐해야 해
만약에 한 사람이 남아 울면 다른 한 사람은 하늘에서 지켜보다 정말 슬플거야.
이렇게 쑤칭의 대화에서 나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새삼 놀라웠다.
생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기분은 달라지고, 죽음에 대한 느낌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넘어서 나의 장례식,
종활(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이라고 일본에서 일컫는 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아직 멀었지만(아니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올 나의 인생여정의 끝인 죽음이라는 과정도 다가올테니
차차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생각하지 못한 채로 갑작스럽게 보단 결혼 계획, 노후 계획처럼
먼훗날 나에게도 다가올 그 순간.. 마지막까지 나답게 마감하도록..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있어도 마음에는 여전히 한켠에 남아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나의 인생도화지를 나답게 행복하게 채워가야지...
쑤칭이처럼 남아있는 나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창하진 않더라도 빛과 소금같은 존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웰다잉 : 품위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
- 죽음을 수용하고 생사를 초월한 가치를 좇아 현재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
종활 :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으로 일본에서 쓰는 단어
- 단어가 쓰인 건 2009년부터고 2010년엔 트렌드로 자리 잡아 현재는 대중화 됨
- 예시 > 우주장(유골재를 캡슐에 넣어 우주에 보내는 우주장), 묘에 QR을 넣어 증강현실로 고인을 볼 수 있는 서비스, 반려동물 종활 서비스, 자신의 생전 장례식(안자키 사토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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